우리나라를 의식한 듯 미국 버라이즌이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서비스 개시 일정을 일주일이나 앞당겼다. 점차 세계적으로 5G의 속도와 콘텐츠 요금제 등 서비스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차세대 기술 경쟁에 미국과 중국이 다투고 있으며, 유럽도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6G의 기대감마저 표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국내 이통3사는 5G 기반 실감형 미디어 등 기술을 속속 내보이는 사이, MWC에 참가한 기업들도 초연결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이통3사와 글로벌 기업의 5G 서비스 현주소와 시장 탈환을 위한 글로벌 국가의 움직임도 진단해본다.

흡사 007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의 특징을 안고 있는 5G는 망구축이 모두 이뤄질 경우 LTE(이론상 최대 속도 1Gbps) 대비 최대 20배 빠른 속도(20Gbps)가 가능하다. 지연속도는 1ms(0.001초)로 LTE 대비 10분의 1로 준다. 특히 초저지연 기술을 통해 AR과 VR과 모바일 엣지컴퓨팅, 디지털 메시 등 실감형 디바이스와 끊이지 않는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글로벌 이통사들의 5G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특히 올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MWC 2019만 보더라도 스웨덴의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은 초저지연성을 토대로 홀로그램을 통해 다른 곳에 있는 사람과 동시에 실시간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국 화웨이는 5G 기반의 실시간 양식장을 선보이며 수시로 물고기 상태를 살피고 양식장 내 산소포화도와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NTT 도코모는 기차에 타고 있는 의시가 트럭 안에 있는 응급수술실에, AR로 다양한 진료정보를 공유하면서 진료와 관련해 조언하는 시스템을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모두 5G가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Tenebroso / shutterstoc.com

그만큼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기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불과 55분 차이로 한국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정도로 5G가 지닌 상징성은 충분했다. 그러기까지 첩보전을 방불케 했을 정도로 5G 스마트폰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두고 신경전을 펼쳤다. 5G를 선점하는 것이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고 모든 기술적 연결고리를 한데 묶으려는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의 버라이즌은 11일을 5G 스마트폰 상용화를 위한 첫 개통일로 잡았다. 그러다 갑자기 8일 앞당긴 4월 3일에 개통할 수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부처와 이통사 관계자들은 세계 최초라는 상징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당초보다 이틀 앞당긴 4월 3일 오후 11시에 첫 5G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이날 버라이즌도 첫 개통을 했지만, 한국보다 55분 늦은 오후 11시 55분. 그 55분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하지만, 5G 스마트폰을 개통했다고 해서 바로 ‘세계 최초의 상용화’라는 수식어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등 관련단체와 해외기업으로부터 정식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특히 GSMA는 과다경쟁의 과열을 막기 위해 야간이나 휴일의 개통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 빗대어 볼 때 밤 11시 개통은 내부적으로도 쉽게 판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버라이즌도 논란의 소지에서 벗어날 수 없긴 마찬가지다. 우선 첫 개통 당시 5G 전용 단말기가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는 점, 서비스 범위가 좁다는 점이 지적된다.

VectorMine / shutterstock.com

5G 선점경쟁이라는 첨예한 미래기술의 패권전쟁의 불똥은 미국과 중국에서도 튀고 있다. 미국은 얼마 전 서방국가들의 화웨이 5G 시스템 도입을 ‘안보위협’을 이유로 만류하며 자국에서 화웨이의 5G 사업과 관련한 참여를 전면 금지했다. 중국도 이에 뒤질세라 올해 말까지 상하이 훙차오역에 5G망 구축을 예고했으며, 선전시의 경우 5G 기술을 통한 안면인식 기술 도입으로 지하철 자동으로 결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상용화 시기는 대략 2020년 즈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G를 개통한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점이 많다. 당장 개통자 사이에서 5G가 제대로 터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문제는 수도권과 지방의 비대칭적인 기지국 때문이다. 4월 3일 기준, 전국 5G 기지국은 8만 5,200여개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중 서울과 수도권에만 무려 65% 가까운 5만 5,000여개의 기지국이 집중됐다. 5대 광역시에 설치된 기지국은 21.2%인 1만 8000여개. 전체 기지국의 85%에 가까운 수가 서울과 대도시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기지국을 설치하더라도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무선신호를 전달하는 5G의 특성 상 건물 내부에 들어갔을 때의 짧은 신호 도달거리도 해결해야 한다. 기지국 많은 5G 신호의 질적인 부분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5G의 상용화에 앞서 장비 시장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기존 3G와 LTE와는 달리 5G 이후부터는 장비 시장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 매체에서 “3G와 LTE 때도 그렇고 항상 통신 장비 시장이 크질 못했다”고 지적하며 “라우터나 데이터센터 등은 모두 해외사업자가 가져갔다. 5G부터는 이 시장을 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이어 “6G는 5G를 기반으로 진화하는 것인 만큼 장비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아야 6G까지 경쟁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perfect strangers / shutterstock.com

한편, 중국의 경우 5G의 상용화 서비스 개시와 함께 다음 세대 통신 기술인 6G에 대해서도 박차를 가했다는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차이나텔레콤과 화웨이, 중싱과 칭화대학은 핀란드에서 개최된 6G 포럼에 일찌감치 참석해 중국의 다양한 6G 산업방안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6G 물밑 경쟁에 뛰어들었다. LG전자와 KAIST가 서로 손잡고 6G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한영남 KAIST 교수는 이와 관련해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5G 관련 표준은 2020년에나 나온다”면서 “우리나라가 먼저 상용화한 뒤 이를 성공하면 그 사례를 보고 다른 국가도 그대로 따라올 것이다. 이를 토대로 잘 발전시켜나가면 5G보다 더욱 진화한 6G까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한 매체를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갈수록 격화되는 5G 경쟁은 이렇듯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인프라 경쟁이 되는 셈이다. 또한 이것이 추후 6G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5G 상용화를 개시한 이후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