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비즈니스맨은 새삼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바일을 포함한 모든 분야의 비즈니스맨에게 미래를 예측하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현명한 비즈니스맨이라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 유전자공학 등 세상을 크게 바꾸는 기술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다. 그 전에 반드시 ‘시그널’이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동일한 주장을 하며 미래의오늘연구소 설립자인 미래학자 에이미 웹(Amy Webb)은 시그널 포착에서 시작하는 미래 예측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웅식 / 건양대학교 의료공학대학 의료IT공학과 교수
영국캠브리지국제인명센터(IBC) 세계 100대 엔지니어 선정
전) 전국스마트앱창작터 연합회장

 

미래학자란 정성 데이터나 정량 데이터 등 많은 데이터를 이용해 향후 트렌드를 예측하고 나아가 모델을 만들며 시나리오를 그리는 사람이다. 공상과학소설가와 비슷하다고? 글쎄… 예를 들어 항공회사에서 비행기의 미래를 궁금해 한다면 공상과학소설가의 경우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얘기할 수 있겠지만 미래학자는 훨씬 실천적이고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얘기를 한다. 비행기의 미래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비행기 연료에 대해 얘기해야만 하는데 한국은 중동의 석유에 의존한 연료를 사용하므로 그 이외의 대체 에너지가 없을지를 얘기하는 등이다. 창작보다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학자인 에이미 웹이 정립한 미래 예측 6단계
(출처 : https://futuretodayinstitute.com/foresight-tools/)

앞서 언급한 에이미 웹은 미래 예측 6단계를 주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단계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시그널을 놓치지 않는 것‘을 들고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시그널‘을 얘기한다. 예를 들어 필자는 1997년 일본 동경 아키하바라에서 휴대폰을 처음 접했다. 아키하바라의 작은 매장에 초기 휴대폰이 놓여 있었는데 그 휴대폰은 인터넷에 연결된다고 했다. 당시 그 기술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 후 자연스레 일본 휴대폰의 변화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1999년 i-mode가 등장했고 카메라가 붙은 휴대폰도 나왔다. 전화와 카메라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더 간단하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될 것이라는 ’시그널‘이 보였다. 지금에 와서 보면 아이폰, 앱마켓, 소셜미디어 등 세상을 바꿔놓은 것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시그널이었다.

아키하바라의 시그널은 필자에게 ‘큰 변화가 찾아오고 있음’을 알려줬다. 그런 시그널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채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변화는 언제나 주류에는 없고 우리 사회 구석에 있으며 그것이 미래의 주류가 된다.

회사의 CEO든 정부의 정책결정자든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시그널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그널 포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좋은 질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동차제조사가 ‘향후 20년을 내다봤을 때 미래의 자동차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가정해보자. 이 질문은 좋지 않다. 이 질문을 던진 자동차제조사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회가 남아 있다’,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그널을 찾고 싶다면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향후 20년을 내다봤을 때 사람이나 사물의 이동은 어떻게 바뀔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시그널을 찾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공회사도 마찬가지다. 비행기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가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사람과 사물이 이동하는 미래’를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면 자동차나 비행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의 구석구석에 있는 정보까지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속한 업계만 보는 경향이 있다. 직급이 높을수록 그런 경향은 더 심해지고 시야가 좁아진다. 많은 임원들이 자사의 업계나 자사의 경쟁상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은 바늘구멍 정도의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필자의 경우는 우선 연구자의 논문을 많이 본다. 요약본이라도 좋으니 읽으면 좋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본다. 큐레이션 앱도 사용하며 기술전문지의 정보도 체크한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대량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할당하고 그것과 같은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얘기한다. 중요한 것은 인풋만이 아니다. 노트에 기록하는 등의 아웃풋도 중요하다.

이쯤해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시그널을 포착해도 그 트렌드가 정말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사실 이 부분은 어렵다. 포착한 시그널이 단순한 유행일 수도 있고 비즈니스, 사회, 정부, 사람들을 바꾸는 트렌드일 수도 있다. 그것을 확인해야만 하는데 이 역시 좋은 질문, 올바른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을 하는 수밖에 없다. 질문과 답변이 쌓이면서 그곳에서 확신을 얻고 트렌드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최근 한국에서는 대기업조차도 혼자서 다 할 수 없다는 자세로 혁신을 추구하고 있어서 미래의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단 기업이 여러 시그널을 느끼고 트렌드를 포착했다고 하더라도 실행까지의 프로세스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여전히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시그널을 느끼고 트렌드를 잡았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그것이 한국기업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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