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장기적인 불황과 저성장 시대가 이어지면서 많은 대기업에서 벤처 형태의 소규모의 형태의 조직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바로 ‘사내 벤처’다. 대기업은 특성 상 의사결정 속도나 과감한 실행에 있어 스타트업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대로 말하면 빠른 실행력과 의사결정력은 스타트업의 장점이 된다. 이는 새로운 시대에 신성장동력, 즉 미래의 먹거리를 찾고 개발하는 데 필수 요소가 된다. 대기업의 사내 벤처 육성은 더욱 늘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사내 벤처를 통해 기존 사업영역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기도 하고, 또 다른 수익 모델의 창출이 가능한 사내 벤처를 독립 기업으로 분사시키기도 한다. 필요하다면 기업은 사내 벤처에 투자하거나 일정한 지원을 이어가기도 한다.

모기업이 사내 벤처를 지원하는 이유

미국은 1970년대부터 사내 벤처를 운용해오다 1980년대에 경기 불황으로 조금씩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이르러선 다시금 주목받으며 활성화를 다시 띠게 됐다. 본격적인 사내 벤처 시대가 시작된 것을 1990년대로 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가 호전되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사내 벤처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대기업에서 생산하던 제품이나 서비스와 전혀 다른 별개의 아이디어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하나 둘씩 성과를 내는 사례가 많아졌다. 즉,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사내 벤처가 다시금 주목받았던 것이다.

국내로 시선을 돌려보면 SK엔카는 SK에너지에서, 네이버는 삼성SDS에서, 인터파크는 데이콤에서 사내 벤처로 시작한 기업이다. 네이버의 경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밴드’를 운영하는 캠프모바일을 사내 벤처에서 분사시켰으며, 카카오 역시도 카카오 프렌즈를 분사시켜 독립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는 포켓몬 고도 구글의 사내 벤처였던 나이앤틱(Niantic)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사내 벤처는 조직 내부의 혁신을 끊임 없이 자극하는 수단이 된다. 구글은 얼마 전 다양한 개성을 가진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독립적인 조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 지주회사인 ‘Alphabet’으로 전환한바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삼성전자는 사내 벤처 육성 프로젝트인 C-Lab을 통해 ‘아이오핏’과 ‘망고슬래브’ 등 약 1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분사했다. LG전자는 에이캔버스와 인핏앤컴퍼니 등이, 아모레퍼시픽의 경우에도 사내 벤처 ‘린스타트업’으로 가온도담과 아웃런 등의 브랜드가 출시됐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최초로 사내 벤처 시스템을 가동했고, 공기업인 서울메트로도 르호봇과 협약을 맺어 사내 벤처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사내 벤처 제도를 통해 기업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시험하고, 임직원은 기업 안에서 안전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이 대기업이 사내 벤처를 운용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미지 : http://startupeuropeclub.eu/)

글로벌 기업의 사내 벤처 운영 현황

이처럼 사내 벤처는 그만큼 사업의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모기업의 풍부한 시스템과 각종 IT 자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략 수립의 자율성과 차별적 보상에 따른 동기 부여가 비교적 약하다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외부 고객을 우선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고객을 함께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사내 벤처의 성공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내 벤처와 외부 스타트업의 비교(자료=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은 사내 벤처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을까? 우선 구글을 보자. 구글은 사내 벤처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회사에 제출하면 기존 업무에서 일시적으로 제외시킨다. 이후 별도의 공간에서 제출한 프로젝트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 제공은 물론 ‘Area 120’이라는 자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사내 벤처 육성 및 구글러 이탈을 막고 있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내 벤처의 자율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GE는 핵심 기능만 갖춘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사내 벤처가 개발하도록 지원해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도록 체계화함으로써 고객 니즈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Fast Works’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에만 약 2만 명 가까운 임직원이 약 400개가 넘는 아이디어 제품에 ‘Fast Works’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니의 경우 사내 벤처에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First Flight’를 구축해 프로젝트 지원을 하고 있다. 사내 벤처의 사업성과 비전을 제3자로부터 직접 평가 받고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성공 확률을 높이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객관성을 높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내 벤처에 성공과 성장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사업화에 따른 인센티브 확충과 독립 조직으로서의 인정과 분서, 차별적인 성장 옵션 제시 등을 거론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도출될 경우, 사내 벤처의 분사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기업과의 협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화되어 있다. 시스코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내 벤처 육성 조직인 ETG(Emerging Technology Group) 프로그램을 가동해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7년 사이에 10억 달러 이상의 시장으로 클 수 있는 잠재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게 되면 이를 사내 벤처로 분사시킨 후, 모기업과의 시너지는 물론 다시 M&A는 물론 ‘Spin-In’ 전략을 활용해 사내 벤처 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로버츠 교수가 분석한 Cisco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ETG 성장 모델

사내 벤처, 시장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 쫓는다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대기업의 사내 벤처는 거스를 수 없는 경영 트렌드가 되고 있다. 사내 벤처를 효율적으로 육성하고 활성화할 수 있다면, 모기업의 생존은 물론 비즈니스 창출과 임직원에게 ‘기업가 정신’을 자연스레 심어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내 벤처는 끊임없이 조직 내부의 혁신을 자극하는 효율적인 제도가 된다.

사내 벤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실패를 하더라도 정상적인 실행의 한 과정으로 인정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그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꽃피울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물론 사내 벤처도 스타트업의 특유의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는 일부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기업이 뒤에서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실한 책임 경영과 성과 보상, 분사할 경우의 지분 나눔, 조직 분위기 등을 명시하고 사내 벤처를 육성한다면, 보이지 않았던 시장을 활성화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중요한 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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